새나라 만들기 전시, 금천구청 금나래 아트홀, 2013

건축가 정기용 전시관람, 국립현대미술관, 2013

교육현장의 반응과 변화
 
조슈아나무 교육연구원 정승채
 
독립공간을 갖고 싶어하는 청소년들이 꿈꾸는 공간을 상상하고 설계해보며 생각을 구체화해 보고, 한 발 더 나아가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사는 집으로 확장해 보며 자연스럽게 건축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자신으로부터 시작해서 주위로 확장하는 사회적 관계 와 그 관계를 담을 구체적 공간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했다. 이후 청소년들의 관심을 자신들이 살고 있는 마을로 이끌어내어, 더 나은 삶을 위해 개선해야 할 점들과 대안을 모색하여 도시설계에 반영해보는 과정을 경험했다.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한층 성숙해 진 모습들을 관찰할 수 있었고, 금천 금나래 아트홀에서의 전시회는 이 청소년들의 성취감을 극대화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

철부지 시절 "꿈은 중요한 것이구나." 정도로 쉽게 흘려들었던 앙드레 말로의 명언이 시간이 지나 아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이 된 지금에서는 전혀 새롭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이것은 입장의 차이 때문이라기보다는 경험의 차이 때문으로 생각된다. 꿈이 보이지 않았던 시기를 지나 이제 꿈을 성취하기 위한 과정을 밟아가는 지금, 생각해보면 앙드레 말로의 이 말은 꿈을 이루려는 지향성과 함께 지속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꿈을 지향하는 자세가 삶의 태도를 만든다. 그리고 그런 태도를 지속해야만 꿈을 성취할 수 있다.

직접 경험하고 느낀 꿈의 소중함을 아이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었다. 조슈아나무는 아이들의 소중한 꿈을 진로탐색 커리큘럼을 통해서 제시하고자 했다. <삼성꿈장학재단>의 지원과 <금천지역아동센터 연합회>의 협조 아래 금천구 내 금천행복한과 금천미래, 램넌트와 비전지역아동센터 등 4개 기관의 아이들과 함께 한 커리큘럼은 <건축을 그리다>와 도시설계 및 계획 프로젝트 <그린 어바니즘>이었다. 건축과 도시는 아이들이 태어나서 자라온 익숙한 환경으로 나를 둘러싼 일상적 공간을 새롭게 재인식할 수 있는 소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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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탐색이라는 커다란 그림 속 디테일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채워졌다. 독립된 공간을 꿈꾸는 아이들의 심리적 욕구와 연결하여 내 방을 상상하고 표현하는 과정을 시작으로 친구들 각각의 개성 넘치는 방들이 '한 지붕 세 가족'이라는 컨셉 아래 단층 주택으로 연결되었다. 아이들은 나로부터 시작해 주위로 확장하는 관계 그리고 공간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대다수 남자아이들은 만화책과 PC방 그리고 TV 등 평소 제한되는 활동에 초점을 모은 반면 여자아이들은 자신들의 취향이 반영된 가구와 소품 등을 많이 표현하였다. 음악을 좋아해 피아노를 방에 놓는 아이, 언젠가 보았던 수족관에 깊은 감명을 받아 방 한쪽 벽을 수족관으로 꾸몄던 친구, 자전거를 벽에 걸어놓은 남학생 등 개성 강한 방들이 모여서 하나의 단층 주택이 되었고 아이들의 흥미와 몰입은 더욱 고조되었다.

물론 아이들의 반응이 모두 뜨거웠던 것은 아니다. 이 시간에 이것을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마음의 벽을 쌓던 아이도 있었다. 귀찮은 듯 바닥에 누워서 눈을 감는 아이도 있었으며 심지어 눈빛 한 번, 대답 한 번 없던 아이도 있었다. 따끔하게 혼을 내면 말을 들을까? 중학교 시절 흐릿하지만 학교 선생님들의 채찍이 마음을 움직였던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항상 마음속에는 이런 목소리가 있었다. 다 큰 것 같은데, 인격적으로 대우해 주면 좋겠는데 이거 해라 저러 해라 이런 잔소리 속에서 진정한 나는 없는 것 같은 기분.
몇몇 아이들의 반응을 염두에 두고 다음 수업계획서를 작성하며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장치들을 조제해 보았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수년간 수십여 기관에서 수백 명의 아이들을 만나왔지만 어느 하나 똑같은 곳이 없을 정도로 현장은 각기 달랐다. 태어나 자라온 환경이 전혀 다른데 똑같은 것을 기대했던 자신에게 실망하고 능력과 노력 부족을 탓하며 과연 내가 이 아이들의 선생이 될 자격이 있을까 고민도 많았다.
아이들 반응의 근본적 이유를 알기 위해서 지역아동센터 선생님과 자주 이야기를 나누었다. 생각하기도 어려운 열악한 가정환경에서 지금껏 방치되어 왔던 아이들, 미술에 대한 경험이 없고 그 때문에 자신감이 부족한 아이들이라는 말에서 힌트를 얻어 연필과 자 사용법, 90도의 각도를 그리는 법 등 기초적인 부분들부터 하나하나 시작했다. '중학생인데도 불구하고 자를 사용하는 법을 모르다니.' 이 아이의 성장환경이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음을 깨닫는 순간 선생으로서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 후 그 아이에게서 작은 변화가 있었다. 마음을 닫고 눈길조차 주지 않던 태도는 수업 전부터 함께 운동을 즐기고 수업 내에서는 주어진 미션 형식의 활동들을 거부감 없이 시도하는 등 한결 부드러워졌다.
하지만 옥수수 이빨 빠진 것처럼 점차 불규칙한 출석을 보이더니 어느 날부터는 수업에 참석하지 않았다. 다시 수업에 참여하게는 되었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았고 돌아온 아이의 태도 역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모습이었다. 일주일에 하루, 그것도 두 시간 만나서 해 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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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결과물을 만들어내느라 정신적으로 그리고 체력적으로 지치지 않는 수업을 요청하셨던 한 지역아동센터의 선생님, 첫 인상은 조슈아나무에 대해서 기대감이 크지 않다는 느낌이었다. 집중력이 높아 특유의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던 이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 사이에는 유난히 한두 명을 소외시키는 문제가 있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는 외부 강사가 기관 내부의 문제를 거론하는 부분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지역아동센터의 문제니까 그냥 모른 체 넘어가는 것이 현명한 것일까.' 잠시 고민도 있었지만 수업 내 소외와 따돌림으로 인해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발생하였고 전체 아이들의 학습몰입도를 약화시키는 것을 두고만 볼 수는 없었다. 대화와 관찰일지를 통해서 소통을 시도했는데 선생님께서는 다소 당황하고 놀란 느낌을 받았다. 그 당시에는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미술 선생님이 개별 아이들의 학습태도는 물론이고 성장배경과 학교생활, 지역아동센터에서의 평소 모습까지 관심을 갖는 점이 생소하게 느껴졌던 것은 아닐까.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주셨고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논의하면서 문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습관적인 요소들도 있어서 쉽게 고쳐지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에게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듦으로써 경각심을 높여줄 수 있었다.
아이들의 변화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소통 과정을 통해서 지역아동센터 선생님의 태도에도 변화가 일어났다는 점이다. 이 기회를 통해서 조슈아나무와 지역아동센터는 서로 신뢰감을 쌓을 수 있었고 긴밀한 협조가 이루어지면서 아이들의 고른 출석이 유지되었다. 이것이 다시 아이들의 변화로 이어졌는데 따돌림과 소외 때문에 묻혀있던 목소리가 모든 아이들에게 집중되면서 분위기의 반전이 이루어졌다. 한 학기 동안 별다른 활동이 없었던 한 친구의 의견이 주목받으면서 마을 개선 과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친환경 마을로 변모하기 위한 개발회의에서 마을의 좁고 위험한 도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전거 도로를 제시하고 기존 도로를 자전거 도로로 만들면서 발생되는 문제 중 주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마을 내의 버스 정류장을 적극 활용하자는 의견 등 문제제기와 해결방법, 이 과정에서 발생되는 다른 문제들까지 생각하는 적극적인 사고를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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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주체성이 가장 높았던 프로그램 중 하나는 <내 집의 기둥 만들기>였는데 제한된 숫자의 종이로 기둥을 만들고 그 위에 책을 얼마나 쌓을 수 있는지 모둠별로 실험하는 활동이었다. 180g 정도의 8절 캔트지 두 장으로 만든 종이기둥 위에 판을 깔고 한 권 두 권 책을 쌓기 시작하여 어느 덧 서른여섯 권까지 책을 높이 쌓았을 때 아이들은 모두 탄성을 질렀다. 믿기지 않는 모습으로 연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평소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서 강사의 설명은 가장 짧았던 반면 아이들의 고민은 가장 깊었으며, 몰입과 흥미 역시 가장 높았다는 점이 무척 흥미롭다. 더구나 평소 사이가 원만하지 못한 아이들끼리 모둠을 구성하였는데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서로의 장점을 발견할 수 있었으며 마음 나누기를 통해 이를 지지하면서 관계를 개선하는 효과까지 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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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번에 배운 방위 표시법. 학교에서 발표했는데 저만 알고 있는 거예요." 평소 질문에 대한 엉뚱한 오답으로 모두의 웃음을 자주 유발했던 한 친구가 자랑스러움과 쑥스러움이 섞여있는 목소리로 말을 건네 왔다. 별일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 대화가 중요하게 생각되는 이유는 오답에 심하게 야유하는 분위기를 극복하고 얻어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바로 자신감을 얻은 것이다. 조슈아나무에서는 잘못된 답이라도 틀렸다고 지적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수용해왔다. 답보다는 도출 과정과 의지가 중요하지 않을까? 틀린 답을 지적하고 무안을 준다면 아이가 취할 수 있는 태도는 많아 보이지 않는다. 입을 닫거나 정답을 이야기하는 것. 어느 쪽이 더 쉬울지는 뻔해 보인다.


맺음말
우리 모두 아이들을 걱정한다. 앞으로 부딪치게 될 고난과 역경을 우리가 대신할 수 없기에 우리는 아이들에게 주체적인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 조슈아나무가 준비한 건축과 도시설계 커리큘럼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프로그램에서 경험하게 되는 문제 그리고 문제를 극복하는 과정과 극복을 통해서 얻게 되는 성취감에 있다. 이것이 아이들을 주체적으로 만드는 힘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하며 건축과 도시계획 커리큘럼뿐만 아니라 다양한 진로탐색의 형태로 변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의 눈높이가 아니라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시점이다.

새나라 만들기 전시, 금천구청 금나래 아트홀, 2013

새나라 만들기 전시, 금천구청 금나래 아트홀,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