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집 지어주기와 그림자극장
예술과 시민사회  대표 오상길

이 사업은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대안교실 청소년들을 위해 준비된 프로그램으로 놀이와 가벼운 학습, 사회활동을 통한 기여와 성취를 경험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청소년들은 이 활동을 통해 예술적 성취와 자신들의 사회적 존재가치를 실현하고 나아가 자신들을 중심으로 학교와 지역기관 간의 유기적인 연계를 맺고 소통체계를 강화하는 ‘지역 거점형_다문화 청소년 사회활동’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지역사회 활동모델을 보여 주었다.

여성가족부 지역다문화사업은 지난해의 ‘어린이 놀이 집을 지어드립니다’의 후속 사업으로 기획되었다. 예술과 시민사회의 다문화사업에 대한 관심은 이주민의 한국 사회정착과 적응이라는 소극적 목표를 확장하여 다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 사회 환경을 조성하는 일과 다문화 청소년들의 적극적 사회활동을 독려하여 선주민들의 선입견을 해소시켜 진로환경을 개선하는 일에 집중되었다. 그러나 흔히 범하는 오류에서 발견되듯 ‘다문화’에 국한된 인식이나 그에 기초한 기존 사업들의 한계를 경계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다문화 청소년 사회활동가의 지속 양성 및 사업모델링을 통한 거점지역 확대 실현’에는 선주민 청소년들의 공감과 참여가 매우 중요한 변수로 생각되었다. 이들이 함께 재미있고 또 가치도 있는 사회활동을 통해 ‘지역 다문화 공동체의식의 확대와 다문화에 대한 지역의 인식변화’를 이끌어 내고, 나아가 이 활동을 통해 자신들의 진로를 모색할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예술과 시민사회는 금천구에서 운영한 청소년 마을예술학교에서도 이와 유사한 형태의 프로그램을 수행해 보았고, 구산중과 금천구 청소년 마을예술학교 두 곳에서도 지난해 오산중학교 프로그램과 유사한 성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그림자극장은 극장 만들기라는 미술활동을 넘어, 단순하지만 그림자극이라는 장치를 통해 연극의 연출과 발성, 표현 등 전반에 걸쳐 전문 연극배우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는 계기가 되었고, 어린이집과 노인 복지관에서 공연하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새로웠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울러 이 프로그램은 이런 대사회적 활동을 목표로 연극 주제의 알레고리를 이해하고 내면의 표현 욕구를 분출하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하는데 역점을 두었고, 가능하다면 이 기회가 청소년들이 자신의 진로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설계로 이어질 수 있도록 준비했다.

오산중학교 대안교실 친구들은 ‘그림자 극장’ 공연을 통해 의외의 재능과 감각 그리고 열정을 보여주었는데, 이는 예술 표현활동을 통한 수위 높은 카타르시스의 효과가 아닐까 생각된다.


구산중학교 청소년들은 지난해 오산중학교의 경우보다 조금 더 적극적인 의욕과 강한 성취감을 보여주었고, 우리 청소년들의 건강한 열정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예술과 시민사회는 지난해와 올해의 경험과 연구결과 분석을 토대로 한 단계 더 진전된 프로그램을 디자인하여, 청소년들의 진지한 진로탐색과 건강하고 보람찬 사회경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며, 이런 소중한 기회를 만들어주신 여성가족부와 오산중학교 그리고 구산중학교에 깊이 감사드린다.

연극배우 이경렬 선생님과의 그림자극장 대본 리허설, 오산중학교, 2015

그림자극장 공연 후 유치원 동생들과의 만남, 오산중학교, 2015

2015 여성가족부 지역다문화 프로그램 지원사업
청소년 사회활동 < 어린이 놀이집을 만들어 드립니다! >, < 찾아가는 그림자 극장 >

 

 

 

현장운영 보고

 


프로그램 목표

 

○ 선주민 청소년을 포함 지역 내 ‘다문화 청소년 사회활동가’ 지속 양성 및 사업모델링을 통한 거점지역 확대 실현
○ 다문화 청소년들의 지역 사회활동으로 지역 다문화 공동체의식 확대, 다문화에 대한 지역의 인식변화 유도
○ 청소년들의 예술적 성취와 사회활동을 통한 사회적 존재가치 실현
○ 지역 인프라 및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 학교(역량강화교육)

   청소년(활동주체) - 지역기관(활동현장/수혜기관)과 유기적인 연계 및 소통체계 강화
○ ‘지역 거점형_다문화 청소년 사회활동’으로서 새로운 형태의 지역사회 활동 모델 개발시스템 마련


대상 및 인원

 

○ 서울 오산중학교 청소년 12명 (서울 오산중학교 대안교실 및 서울 내 유치원 및 노인시설, 2015년 5월 1일 ~ 2015년 10월 28일)
○ 서울 구산중학교 청소년 12명 (서울 구산중학교 및 서울 내 유치원 및 어린이집, 2015년 5월 1일 ~ 10월 28일)

 

운영회기 : 총 29회기 진행

< 찾아가는 그림자 극장! >을 마치며

 

 

 

 

서울현대미술연구소ICAS 연구원  최차랑


<찾아가는 그림자 극장!>은 작년 <어린이 놀이집을 만들어 드립니다!> 프로그램에 비해 다문화 청소년들에게 보다 심화된 역량과 적극적인 역할들을 요하는 활동이었다. 유치원 동생들을 위한 공연을 펼치기 위해 공연에 필요한 무대 및 소품들을 직접 제작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다양한 역할들에 대해 이해하고 공연에 필요한 배경음악과 조명 세팅은 물론, 각 캐릭터들의 성격에 맞는 그림자표현 등 자기몰입과 역할들 간의 호흡이 매우 중요한 작업이었다. 오산중학교 대안교실 청소년들에게는 강한 성취동기 없이는 어려운 작업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틀에 걸쳐 공연에 필요한 다양한 무대장치와 소품들을 직접 제작하고 외관을 디자인 하였다. 그림자 공연에 걸맞는 상징적인 이미지와 로고를 그려 넣고 배색을 통해 멋진 무대세트를 완성해 갔다. 이 과정에서는 현민이가 전체 배색과 디자인 계획을 맡았고, 점차 강렬한 이미지의 무대로 완성되며 모든 학생들이 완성을 위해 더욱 몰입하고 집중하였다. 채색이 완료된 후 마감재를 바르니 번쩍번쩍 광채 나는 무대로 완성됐고 학생들도 매우 뿌듯해하는 모습이었다.

무대세트 제작이 끝난 후 보조강사로 참여해 주신 전문 배우 선생님께서 수업을 이끌어 가셨다. 청소년기에 가졌던 배우의 꿈,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 현재 배우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로 수업을 시작하셨다. 학생들은 대개 배우라하면 스크린 속에서 광채를 받는 스타들을 떠올리는데 선생님의 이야기 속 배우는 전혀 다른 의미에서 조명되었고, 한 어린 중학생이 꿈을 이루기 위한 성장과정의 이야기이자, 그 노력의 결실이었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여러 질문들을 던지던 학생들의 진지한 눈빛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본격적인 연기수업에 들어갔다. 대본을 읽고 쓰는 법에서부터 캐릭터의 성격에 맞는 섬세한 연기지도, 역할들 간의 호흡 등 처음에는 매우 흥미롭게 받아들이는 학생들이었지만 연습을 거듭할수록 생각만큼 수월치 않다는 것을 곧 알게 되었다. 무대감독과 조명감독은 장과 막에 따라 무대세트와 소품을 바꾸고, 조명 판을 돌려야 했고, 음향감독은 적절한 타이밍에 다양한 배경음악과 효과음을 틀어주어야 했다. 또한 그림자 인형을 조정하는 조정자의 움직임과 성우를 맡은 학생의 대사가 자연스럽게 일치돼야만 안정된 공연처럼 보였다. 이렇게 자기 역할에 대한 집중과 몰입은 물론, 역할들 간의 호흡이 절대적으로 중요 하였다. 어느 누가 실수를 하면 흐름이 끊기게 되어 OK사인이 나올 때까지 연습은 계속 되었다. 최종 리허설을 마치며 드디어 배우 선생님의 OK사인이 떨어졌다. 아직 부족하고 어설픈 부분들이 많아 현장공연 이후 자신감이 떨어지진 않을까 우려되었지만 이제부터는 학생들의 몫이 컸다. 교사는 공연환경을 만들어주고, 아이들과 잘 만날 수 있게 연결해주는 임무만이 남았다.
청소년들이 앞으로 현장공연에 최선을 다하며,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준비한다는 것은 나를 넘어서는 노력과 많은 땀이 필요하다는 것, 또한 그에 따른 큰 성취를 몸소 느끼고 깨달아가길 바랬다.

 

이후 다섯 번의 공연 스케줄이 잡혔다. 학생들은 공연현장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직접 유치원과 노인시설을 찾아가 기관의 담당자들을 만나 공연내용도 소개하고, 필요한 영상·음향설비도 확인하였다. 함께하는 유아, 어르신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으며 현장에 맞는 공연을 준비하기 위한 현장의 정보들을 세심히 파악하였다.

 

첫 번째 공연은 작년에 놀이집을 선물하러 방문했던 유치원이었다. 작년에 청소년들을 반갑게 맞이해주셨던 부장선생님이 또다시 학생들을 맞이해 주셨다. 고마움과 격려의 말씀을 전해주셨고, 곧 아이들이 입장하여 첫 공연의 막이 올라갔다. 역시 실수는 많았지만, 그 실수에 대한 아이들의 호응은 매우 좋았다. 해설을 맡았던 성재는 재치 있는 말솜씨로 아이들과 대사를 주고받으며 아이들의 몰입을 유도했고 성우를 맡은 효성이는 새초롬한 토끼 목소리로 아이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거북이 분장을 한 세바스찬이 무대 밖으로 직접 나와 공연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이미 공연의 주체가 되어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공연 후에는 자신들을 위해 공연을 펼쳐준 오빠, 형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마음스티커로 대신해 학생들의 가슴에 하나씩 붙여주며 성공적으로 첫 공연을 마쳤다. 

 

올해는 노인시설까지 사회활동영역을 확대했다. 유치원에서 어린 동생들과 허울 없이 어울려 편하게 대했던 모습과는 또 다른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학교에서의 마냥 철없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정중하고 조심스럽게 예우를 갖춰 어르신들을 대하는 학생들의 모습의 변화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미 다 아는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이었지만 극 중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붙이고 응원을 아끼지 않으셨던 어르신들... 공연장은 어르신들의 장난어린 말씀에 웃음바다가 되기도 하였다. 공연을 재밌게 보아주신 어르신들을 위해 준비한 깜짝 선물인, 자선활동으로 커피를 팔아 모은 자금으로 산 비타민을 선물로 하나씩 드렸다.
어르신들은 얼굴색이 다른 학생들이 낯설 법도 한데 마치 어린 손자를 대하듯 두 손 꼭 잡고 정겨운 덕담도 해주시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화기애애하게 공연을 마쳤다.

 

오산중학교 대안교실 청소년들과 함께 한 <찾아가는 그림자 극장!>프로그램도 이렇게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청소년들과 함께 한다는 것에 교사로서 매번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지만, 더욱이 냉랭한 대답과 무기력함,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오산중학교 대안교실 학생들을 만나는 것은 더욱 그랬다. 자기 생각만 하기에도 바쁜 나이인 청소년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학생들의 잠재된 역량과 욕구를 끌어내어 자기 삶을 주도해가는 주체적인 성장의 힘을 갖게 하기란 교사로서 많은 성찰과 노력이 필요한 듯하다.
올해도 오산중학교 학생들과 함께 할 기회를 마련해주시고 프로그램의 안정된 운영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던 오산중학교 권하준 부장님과 김명숙 선생님, 함께 해주신 은평구 구산중학교 조정윤 선생님에게 감사함을 표한다. 그리고 수혜현장 섭외에 힘써주신 서울시 중부/서부교육지원청의 교육복지 담당선생님들과 청소년들을 반가운 마음으로 환대해주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유치원 원장님에게도 고마움의 마음을 표한다.

그림자극장, 오산중학교, 2015

그림자극장 유치원 공연,  2015

<어린이놀이집을 만들어 드립니다>  활동을 마치며

 

 

 

오산중학교 전문상담교사  김 명 숙


학교 안에 ‘꿈나래터’라는 대안교실이 생겼습니다. 획일화된 교육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법으로 체험과 학습을 함께 하여 학생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계획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하려는 목표로 운영되었습니다.
참여를 희망하는 중학교 1, 2학년 남학생 13명이 모였고, 그 중에 다문화학생 9명이 포함되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어떤 프로그램을 하면 좋을까 고민해서 음악, 미술, 체육 등 다양한 활동들을 하였습니다. 우쿨렐레도 배우고, 텃밭에서 채소를 키워 맛있는 음식도 만들어 먹고, 검도, 사격 등 다양한 스포츠 활동도 하였지만 특히 조슈아나무와 함께 한 미술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1학기에 진행한 과자집만들기 시간에는 커다란 키로 운동장을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공을 차던 현민이가 동글동글 과자와 이쑤시게로 아주 멋진 학교를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완성된 학교건물을 보며 환하게 웃던 모습에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섬세하고 꼼꼼한 모습을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가면만들기를 할때는 친구들과 항상 서먹한 모습으로 이야기도 잘 나누지 않던 수철이가 친구의 손에 자기의 얼굴을 선뜻 내밀어주고, 친구들이 자신의 얼굴을 마구 만질때도 거부감없이 즐거워하는 모습이 너무 감동이었습니다. 멋지게 물감으로 색칠을 하고 소라껍데기와 큐빅으로 장식을 하며 즐거워하더니 결국에는 자신이 미술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며 상담실에 찾아와 스케치할 밑그림을 출력해달라는 부탁을 했을때는 뿌듯한 마음까지 들어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2학기에는 <어린이 놀이집을 만들어 드립니다>라는 프로그램과 함께 더 멋진 체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집을 만드는 과정에서 피곤해하고 지루해하기도 했고, 여러명이 하나의 집을 완성하는 것이라 도중에 한 두명이 자기의 역할을 소홀히 하기도 했습니다. 기증활동에 필요한 집을 모두 완성하기 위해 2학년 학생들에게 도움을 받는 과정에서 꿈나래터 학생들이 리더로 참여하면서 아이들이 조금씩 재미있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유치원에 방문해 어린이놀이집을 기증하기로 한날 아이들은 한껏 들떠 있었습니다. 방문하기 며칠전부터 ‘어느 유치원에 가요?’, ‘애들은 몇 명있어요?’를 물으며 궁금해했고, 혹시나 아이들이 평상시에 쓰는 비속어를 쓰지 않을까 걱정하는 저에게 ‘그런 걱정 하지 마세요. 우리도 알아요.’라며 안심시키기까지 했습니다. 유치원 기증활동은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총 9개의 유치원을 방문해서 유치원생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차츰 학생들은 라인테이핑, 동영상 상영, 명찰만들기, 재료 나눠주기, 관찰하기, 사진촬영 등 각자의 역할을 스스로 찾아 할 줄도 알게 되었습니다.


유치원 방문 다음날 학생들은 아이들에게 받은 감사카드를 들고, 위클래스로 찾아와 ‘저는 5개나 받았어요. 이것 보세요. 이 그림은 숨바꼭질 하는 그림이래요’라며 한바탕 자랑을 하기도 했고, 서로 ‘넌 몇 개 받았냐?’라며 자기와 비교하기도 했습니다. 적게 받은 아이는 ‘내가 이번에는 말을 별로 안해서 그래. 다음에 갔을 때는 내가 제일 인기 좋을걸’하며 유치원 아이들에게 인기를 얻을 방법을 구상하기도 하는 모습이 너무 기특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TV에도 방송되는 좋은 경험도 하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이 인터뷰를 할때의 모습에서도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진지하게 인터뷰에 임하고, 활동에서 자기의 역할을 분명하게 표현하는 모습은 분명 발전된 모습이었습니다.

 

조슈아 나무와 함께 한 1년은 정말로 즐겁고 보람있는 활동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지금 당장 보여지는 변화는 작아 보이지만, 분명 이 작은 변화에도 큰 의미와 희망이 있다고 믿습니다.

마지막 유치원 방문을 마치고 마실라가 말했습니다.

‘만들 땐 엄청 귀찮았는데 유치원에 와서 줄때는 기분 좋지 않냐?’

그림자극장 만들기, 오산중학교, 2015

그림자극장 공연, 오산중학교, 2015

오산중학교는 이태원에 있습니다

 

 

 

 

오산중학교 전문상담교사  김명숙


일본, 중국, 방글라데시,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몽골, 러시아, 영국, 나이지리아, 코트디부아르, 페루... 우리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의 나라입니다. 우리 학교는 이태원에 있습니다. 피부색도 다르고, 언어와 종교도 다른 십여개국의 아이들이 540여명 전체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피부색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고, 종교도 다른 사람들을 길거리에서도 자주 만나고, 학교에서도 만나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은 다른 문화에 대한 어색함이나 불편함은 없습니다.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웃통을 벗어던지고 같이 뛰어다니고 뒹굴며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 다문화 학생들은 잠시 한국에 머물렀다 떠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난 학생들도 많고, 중도에 입국하였지만 한국에서 터를 잡고 생활하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부모님의 나라로 돌아가겠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거의 없습니다. 피부색이 유난히 까만 친구에게 “넌 어느 나라 사람이야?”라고 물으면 “난 한국 사람이야. 한국에서 태어났으니 한국 사람이지.”라며 발끈하기도 합니다.

 


‘다문화 아이들, 극장을 만들다!’

 

아이들의 마음에는 두 개의 나라가 있습니다. 어떤 때는 모두에게 속했다가도 어떤 때는 아무에게도 속하지 못한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우리 학교의 모든 아이들을 위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고 싶었습니다. 조슈아나무와 함께 했던 ‘찾아가는 그림자 극장’은 아이들에게 좋은 기회였고, 경험이었습니다.
연극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아이들은 손사래부터 치기 시작했습니다. “저 그런거 싫어해요.”, “못해요.”, “챙피하게...” 다양한 반응 속에 아이들을 북돋아 우선 무대장치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종이 상자를 오리고, 스케치를 하고, 색칠을 했습니다. 종이가 두꺼워 가위나 칼을 사용해 오리고 자르는 것이 힘이 들어 손가락이 빨갛게 눌리는 아이들도 있었고,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한 명씩 완성해야 하는 분량을 지정해주고, 느리더라도 자기의 책임을 다하도록 끊임없이 격려했습니다. 3차시에 걸쳐 빨간색, 초록색이 도드라지는 멋진 극장이 완성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작은 무대 뒤에 옹기종기 얼굴을 들이밀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완성된 극장을 보고 뿌듯해하기도 했습니다. 토끼와 거북이 등 등장인물과 배경 소품도 하나씩 완성되어 갔습니다.

 


‘다문화 아이들, 연극을 배우다!’
 
본격적으로 아이들은 연극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대본을 읽어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았습니다. 내성적이라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어색했던 수용이는 배경음악과 영상작업을 맡기로 했습니다. 활발하고 리더십이 있는 성재와 현민이는 각 팀의 리더를 맡았고, 대본 리딩을 훌륭하게 해냈던 효성이는 성우의 역할을 하기로 했습니다. 극장 뒤에서 등장인물들을 배치하고 움직여주는 역할은 빌랄과 윤제가 맡았습니다. 토끼와 거북이 의상을 입고 무대 밖에서 활동을 주도하는 역할은 한국말이 서툰 하마드와 세바스찬이 하기로 했습니다. 모두들 처음으로 경험해보는 것들이라 어색해하기도 하고, 잘 안되는 부분에서는 포기를 하려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여럿이 힘을 합쳐야 하나의 연극공연이 마무리 되기에 쉽게 포기하지도 못했고, 한 명이 빠지게 되면 다른 팀에서 매꿔주기도 해야 했습니다. 최종 리허설을 하는 날까지도 아이들의 연기는 어설프고 어색하기만 했고, 당장 공연을 한다는 것이 더욱더 부담스러워졌습니다.

 


‘다문화 아이들, 공연을 나가다!’

 

공연 날 아침부터 아이들은 긴장해 있었습니다. 부족한 연습량 때문에 더 긴장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유치원에 도착해 각자의 주어진 역할에 따라 공연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무대 설치, 음향준비, 참여 공간 구성, 조명 확인, 마이크 테스트... 리더를 맡은 성재와 현민이는 대본에 줄을 그어가며 마지막 점검을 마쳤습니다.
유치원생들이 하나 둘 입장했습니다. 맞이하는 학생들은 유치원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춰 한명 한명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아이들이 자리를 잡고 앉자 조명이 꺼지고 그림자 극장 무대에 불이 들어왔습니다. 들판을 엉금엉금 기어가던 거북이가 넘어지기도 하고, 조명이 꺼져 무대가 깜깜해지기도 했습니다. 공연을 하던 학생들은 실수를 할 때마다 당황스러워 했고, 유치원 아이들은 까르르 웃어댔습니다. 토끼와 거북이 복장을 한 하마드와 세바스찬이 극장 뒤에서 튀어 나왔을 때는 “거북이 이겨라! 거북이 이겨라!”를 목청껏 외쳐주기도 했습니다. 토끼가 당근을 먹고 바위에 기대 잠이 들었을때는 유치원 아이들이 함께 엎드려 잠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설펐지만 성공적인 첫 공연이었습니다.

 


‘기억에 남기를 바라며’

 

유치원 4곳과 노인종합복지관 1곳의 공연을 모두 마쳤습니다. 공연이 예정되어 있는 날이면 부담스러워하며 교실에 숨어서 가지 않겠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기말 시험도 끝난 교실에서 다른 학생들은 여름 방학을 기다리며 들떠 있을 때 연극 공연팀 학생들은 계속해서 공연을 다녀야 했습니다. 공연을 마치고 무대를 정리하고 마무리 소감나누기 활동까지 마치고 나면 어느덧 시간은 5시를 넘기고 있습니다. 학교 수업을 마친 다른 학생들이 ‘00 PC방’으로 오라며 남겨놓은 문자가 여러통입니다.

참으로, 우여곡절 끝에 ‘찾아가는 그림자 극장’이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공연 횟수가 늘어날때마다 자신감있는 목소리와 재기발랄한 임기응변, “지난 번보다 잘한 것 같지?”라며 스스로 자평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함께 해준 학생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자신들이 멋지게 해냈던 이 소중한 경험이 오래도록 학생들의 기억에 남아 있기를 바랍니다.